2023년 돌아보기
2023년은 성인으로 보내는 첫해였습니다. 다양한 배경에서 많은 경험을 하였고, 또 여러 역할을 관통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학생이었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으며, 조금은 디자이너이기도 했고, 지금은 현역 해군입니다. 올해 성취하고 느낀 것들을 글로 남겨보고자 합니다.
학생이였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했습니다
올해 초엔 고등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고등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했고, 그만큼 돌려주기 위해 동문회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졸업식에서 축사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취업과 진학 사이에 고민하였습니다. 그러나 많은 생각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전산학을 더 깊이 배우고 싶었고, 대학 생활이 재밌어 보였기 때문에 진학을 결심하였습니다.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4년제 종합대학의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하였습니다. 한 학기를 만족할 만한 성적으로 마치고, 지금은 군 휴학 중입니다. 첫 학기 수업 중엔 지식재산권 강의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지재권 법을 추려 훑어볼 수 있는 강의였습니다. 실무에서 지재권을 다룰 일이 종종 있을 것 같은데, 필요할 때 꺼내볼 수 있도록 강의 내용을 필사하여 보관 중입니다. 무엇보다 학점을 잘 받아서 기억에 남는 것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교과 외로는, 학회 활동을 하였습니다.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컴퓨터공학과 학회에 가입하였습니다. 학회 가입 면접에 역질문 문항이 있었습니다. 전 면접관분께 “엄준식 프로그래밍 언어를 아십니까?”라는 질문을 드렸는데, 제가 만든 작품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계셔서 적지 않게 놀랐었습니다. 엄랭의 아버지가 우리 학교에 온다는 소식을 과 선배님이 학회 단톡방에 올리셨었다는 경위가 있던 것이였습니다.. 학회에서는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분들과 지식을 공유하였습니다. 학회에서는 두 개의 발표를 했습니다. 하계 발표회에서는 디미페이를, 프로젝트 발표회에서는 인카트를 발표하였습니다. 인카트는 발표회에서 2등을 해서 상금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고3 입시 조언 강연에 초대받아서 고등학교에 다시 방문하기도 했었습니다.
- 제가 절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공부를 시작한 시기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기 때문에 불린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해군정보통신학교도 교육기관으로 쳐주시겠습니까?
그렇다면.. 정통교에서는 전산병과정의 반장을 맡았었고, 성적 1등으로 수료를 해서 대령 격의 상장을 받았습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습니다
저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루는 사람
엄랭은 여전히 인기가 있더라
유튜브 채널 “코딩애플”에서 ChatGPT에 엄랭을 가르치는 쇼츠를 올렸습니다. 이 또한 높은 조회수를 얻었습니다!
제 첫 미디어 노출도 엄랭 덕분이었습니다. 유튜브 채널 “컴공선배”에 엄랭의 아버지로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주인공인 미디어를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최선을 다해서 제작에 기여하였고, 제작하는 몇 개월 동안 참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연고전에서 깊은 감명을 받은 나머지, 연고전을 “언어화”해 버렸습니다. “연”, “고”, 공백만으로 논리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주 간단한 CPU와 유사하게 동작하며, opcode/operand 형식으로 코드를 작성합니다. 런타임을 작성하는 데는 두 시간, 구구단 코드를 짜는 데는 네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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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한글 프로그래밍 언어 “약속”의 인터프리터를 타입스크립트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딱히 계기는 없었지만, 어느 날 문득 “내가 타입스크립트로 제대로 된 인터프리터를 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해냈습니다. yaksok.ts를 만든 과정을 글로 옮겨서, “직접 만들어보는 인터프리터”라는 강의도 쓰게 되었습니다.
회사에 다니다! 호랑에듀
한글 코딩교육 플랫폼 개발 / 에듀테크 스타트업인 “호랑에듀”에 아주 잠깐 근속하였습니다. 프로덕트 엔지니어로 5달 정도 근무하며, 소비자용 일렉트론 데스크톱 앱을 개발하였습니다.
NodeJS, Express, Python(local)이 얽혀서 생긴 기술 부채를 해결하는 태스크가 기억에 남습니다. 기존의 복잡한 레이어들은 실행 환경을 제한하고, 개발 생산성을 악화시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local python이 아닌 embedded python을 사용하고, express가 아닌 stdio로 통신하도록 재설계하였습니다. 또한 일렉트론 앱이 아닌 웹 버전에서도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주기 위해, Pyodide(Python on wasm)로 약속의 런타임을 브라우저에 직접 올린 작업도 기억이 납니다. 모두 개발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실험적이고 재밌는 태스크였습니다🙂
군입대를 앞두고 퇴사하였습니다.
프로그래밍이 아닌 외주를 받다
중소 하드웨어 회사에서 모바일 앱 기획 / UI 디자인 외주를 맡았습니다. 프로그래밍이 아닌 포지션으로 외주를 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애플리케이션이 원활하게 개발될 수 있도록 원청의 요청을 구체화하고, 기술적 타당성을 논의하고, 스펙을 결정하며, 이러한 결과물을 문서로 기록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원청으로부터 “문서 잘 쓴다!”라는 칭찬을 들었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 런칭했어요
8개월 정도 만들어온 사이드 프로젝트인 “인카트”를 런칭하였습니다. 인카트는 상품 판매 위젯을 임베드로 제공해서, 노션과 같은 노코드 플랫폼에 삽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입니다. 다른 사람의 직접적인 도움 없이, 대부분의 기획과 개발을 혼자서 해낸 프로덕트라서 마음이 많이 갑니다. 개발할 때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출시할 때가 되니 해야 할 일이 많았습니다. 랜딩페이지의 내용을 빼고, 넣고, 다듬고, 사용자에게 보이는 글자 하나도 다시 점검하고, 광고문구도 몇십 개를 적어보고, 아웃리치 마케팅 전략도 세워보았는데….
다 준비하고 나니 군입대 2주 전이였습니다..😱 그래서 출시해야할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제가 정한 전략은 “출시하되 적극적으로 광고하지 않기”였습니다. 그래서 최초에는 유입이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자연스럽게 사용자는 줄어들었고(?) 지금은 마음 놓고 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에 복귀하면 다시 궤도에 올려두기로 약속하겠습니다!
조금은 그래픽 디자이너였습니다
작년까지는 저를 그래픽 디자이너라고 소개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올해엔 자신감이 조금 생겼습니다. 그래서 위에 말했던 것처럼 UI 디자인 외주도 받고, 아트워크 작업도 종종 해보았습니다.
먼저 군대에 간 지인을 기리는 인편 발송 안내 인스타 포스트의 커버를 만들어보기도 했고
서강대학교 브랜딩 굿즈 공모전에도 참가하였습니다. 학생증과 학용품 부문에 출품했습니다. 아쉽게도 참가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디자인으로 대회에 참가한 것은 처음이라서, 그것만으로도 제겐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심사위원 입맛에 맞지 않게 너무 MZ한 것이 문제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단독으로 “디자이너”라고 충분히 불릴 만큼의 능력을 갖추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려 합니다.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UI 디자인 작업에 기여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해군입니다.
이 역할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많이 언급하긴 어렵습니다,, 2023년 9월에 해군병으로 입대하였고, 전역까지는 아주 많이 남았습니다! 영내에서도 자기 계발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yaksok.ts도 입대 이후 시작한 작품입니다. 공부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요. 그래서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마무리
그 밖에도 다양한 성취를 했습니다
운전면허 땄어요
한 달밖에 안 되지만.. 수영했어요. 이젠 물에 던져놔도 죽지 않아요
편의점 알바도 했었고
헬스장도 다녔었고
토익, 정보처리기능사도 봤고
봉사활동도 53시간 정도 채웠고
센드타임, 토스에 견학을 가기도 했고
듀오링고 일본어를 열심히 했습니다! 훈련소 때문에 streak이 269일에서 깨졌지만, 다시 65일 연속으로 하고 있습니다
쏜애플 전국투어 콘서트 “동물”의 대구 일정을 보러 갔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순수학문을 배우겠습니다.
복학하면 필수로 수강해야 하는 과목들인 물리학, 미적분학, 선형대수학을 배우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전역 전까지는 다 해낼 수 있겠죠…?독서를 많이 하겠습니다.
요즘 클린코드(로버트 C. 마틴)와 함께 자라기(김창준)를 읽고 있습니다. 이런 실무 교양서적들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들이 많고, 실제로 단기간에도 많은 개선을 이루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도움이 되는 책들을 읽고 “자라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제한된 환경일지라도 멈추지 않겠습니다.
제게 주어진 시간은 많습니다. 그러니 사회를 떠나있는 동안 재밌는 거, 의미 있는 것들 많이 만들면서 배울게요.
정한어워드
올해의 노래: 허윤진의 I ≠ DOLL
올해에 잘한 일들
군대 일찍 오기
선배들께 사랑 받은 만큼 후배들에게 나눠주기
대학 공부 열심히 하기
내가 해낸 것들을 기록하고 공유한 것
올해 가장 잘 써먹은 기술
Kaggle Notebooks
올해의 책
- 함께 자라기 - 김창준
올해의 후회
- 공군 재도전하지 말고 그냥 한번에 해군 올걸 그럼 전역 한 달 빨리 하는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