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칭 지연에 대한 압박, 결국 반쪽짜리로 선보인 디미페이
이젠 다시 페이 개발 얘기를 해볼게요. 이제 어느정도 서비스의 윤곽이 잡히고, 정말 런칭만을 위해서 달려가던중이였어요. 페이 앱결제는 PG를 통해서 온라인결제의 형태로 결제를 하고자 했어요.
잠깐! PG가 뭔가요?
PG는 온라인에서 카드결제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에요. PG가 제공하는 온라인 결제 방식에는 “결제창”과 “빌링키” 방식이 있어요. 결제창은 흔히 쇼핑몰에서 볼 수 있는 온라인 결제처럼, 결제 창이 뜨면 카드회사를 선택하고 카드 인증 후에 결제를 하는 방식이에요.
디미페이가 이용하는 결제 방식은 “빌링키”에요. 사용자는 넷플릭스 / 노션을 구독할 때 처럼 카드 번호를 입력하고, 사업자가 원할 때에 결제를 요청할 수 있어요.
그러나 생각보다 PG 가입 절차가 오래 걸리더라고요.. 디미페이가 일반 사업자가 아니라 교내 사회적협동조합이였어서 고려할게 많았던것같아요. 그렇게 디미페이 시스템은 준비를 거의 해두었고, PG 가입 완료만을 기다리며 기능들의 완성도를 높혀가고 있었어요.
그러나 PG 가입이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많이 길어지게 되었고, 교장선생님을 포함하여 다른 분들에게 무언의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었어요. 슥선생님께서 “이번 달 까지 완성하지 못한다면 상용 포스를 도입하고 디미페이 프로젝트는 없던 걸로 하겠다”라는 말을 들었고, 이제는 결단을 내야될 때가 왔다고 생각했어요. 매점 운영을 좀 더 미루고 PG를 껴서 온전하게 오픈을 할지, 혹은 디미페이 없는 매점을 만들지요.
저희는 그 둘중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생각해낸건 “PG가 없는 디미페이를 만들기”였어요. 최대한 외부 절차를 배제하고, 우리가 가지고있는 재원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보기로 했어요. 링크페이, 페이앱 등의 개인간 카드거래 솔루션부터, 제로페이 오프라인 결제 가맹까지 여러 수단을 고민해보았어요. 그중 “QR을 통한 계좌이체”가 우리 니즈에 맞았어요. 별도 가입이 필요 없고, 돈을 받을 계좌만 있으면 바로 도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특히 토스에서는 송금할 금액도 지정해서 QR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토스 QR을 이용해서 결제를 받기로 결정했어요.
그러나 이러한 결정을 하고 난 뒤에는 마음이 결코 편하지 않았어요. 만 17세 미만의 사용자는 법정대리인의 인증이 있어야만 토스 앱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법정대리인에게 한국 전화번호가 없다면 인증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이로 인해서 매점에서 결제를 할 수 없는 학생들이 소수 생겼어요. 물론 이러한 소수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당장 휴대폰이 없다면 결제를 할 수 없기도 했고요. 당장 저만해도 3학년 2학기때 스마트폰을 없앴으니까, 매점에 갈 수 없던거에요.
그 누구도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이면 안된다고 분명히 생각하고 있었어요. 지금 상황에서는 토스QR이 정말 어쩔 수 없이 최후의 수단으로 해낸 결정이였어요. 그러나 이러한 결정이 누군가에겐 박탈감으로 다가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토스QR 결제를 구현하는 동안 마음이 정말 아팠어요. 어떻게든 지키려고 애썼던 원칙이 한 순간에 무너져내렸으니까요.
이 글은 토스QR 도입 결정 후 제가 배포했던 공지의 서문이에요.
(전략)
…유의하셔야 할 부분은 "결제는 오직 디미페이 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디미페이 팀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매점을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결제 관련 사업자 허가를 위한 행정적 절차가 너무나도 늦어지게 되었고, 더 이상 매점 개장을 늦출 수는 없다는 판단 하에, 지금 당장 가능한 부분부터 순차적으로 개장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래서 임시개장을 준비하고 있고, 디미페이 앱이 아닌 **"계좌이체를 통한 직접 지불"**을 통해 결제를 받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디미페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제 1원칙으로 두며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매점"이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지 않는 학생분들이 지금 당장은 사용할 수 없는 여건이 되었고, 학생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큰 죄송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정식 오픈 전 까지는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매점 가오픈 이후 앱결제를 런칭하기 전까지, 매점을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어요. 모두가 즐기고 있는 매점이 다수에게만 주어지는 특혜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어요. 누군가는 유난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어요. 단지 몇 명의 학생때문에 다수가 손해를 보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서비스 가용성이 유난이라면, 저는 평생을 유난을 떨며 살고싶습니다. 위에서 말했듯, 한국의 IT 업계는 소수자에게 너무 각박해요. 개발자에게는 기술의 가치를 지금보다 더 널리, 모두에게 보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