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코딩 그 다음
국내에서 개발한 프로그래밍 언어가 돈을 벌어다준 사례가 있을까요?
달빛약속은 한국어 프로그래밍 언어로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운도 좋았고, 회사에서도 좋게 봐주어서 가능했던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실제 현장에서 아이들이 마주하는 감정의 크기도 간접적이지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프로그래밍 언어 전문가도 아니고, 교육 경험이 많은 사람은 더더욱 아닙니다. 요즘 드는 생각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잘 해냈다'가 아니라, '그래서 틀렸다'에 가깝습니다.
'프로그래밍 언어가 모국어에 기반하지 않으면 저관여 학습자는 거부감을 가진다'라는 주장은 명확한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비틀어서 '저관여 학습자는 외국어 기반 프로그래밍 언어보다 모국어 기반 프로그래밍 언어를 친숙하게 여길 것이다'라는 가설을 지금까지 한글 프로그래밍 언어들(씨앗, 누리, 약속, 달빛약속 등..)이 실험해왔습니다. 이는 제법 성공한 것으로 봤습니다. 이건 쉬운 일이였습니다.
그러나 학습자가 느끼는 벽은 거부감만이 아니였습니다. 영어코딩에서 느꼈던 '이상해', '싫어'와 같은 원초적인 거부감은 한글코딩이 덜어줄 수 있었지만, 그 뒤에 느끼는 '막막함'은 여전히 크게 남아있었습니다. 코드의 뜻을 이해할 수 있고, 한글로 되어 있기에 비슷한 코드를 작성할 수는 있지만, 문법을 지켜서 코딩하는 것은 여전히 학생의 몫이였습니다. 당연히 틀릴 수 밖에 없고, 어떤 사람이든 실패를 경험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텍스트 코딩이지만, '코딩은 원래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학생들을 보면서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이상 아이들에게 '막막함을 견딜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는 결과물(인터프리터)에 집중했지만, 앞으로는 과정(편집 경험)에 집중하려 합니다. 코딩이 더 이상 막막하게 느껴지지 않게 하고 싶습니다. 텍스트 코딩을 처음 해보는 사람이 '어려워'라고 느낄 수 있는 모든 지점을 해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Scikit-learn이 머신러닝을 대중화하고, 마인드스톰이 피지컬 컴퓨팅을 친숙하게 하고, 노션은 개인 저장소를 쉽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텍스트 코딩에는 그러한 도구가 없고, 있다면 어떤 모습일지도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엔트리 처럼 블록코딩 메타포를 따를 수도 있고, 아희처럼 시각화 문법을 도입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텍스트 기반 코드 에디터에서도 학습자를 행복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작업해보려고 합니다. 이게 어려운 일로 남아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또한 제 방향성에 함께하시고 싶으시다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달빛약속, 엄랭의 파운더 박정한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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