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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7주차(9월 2주차)

🎵 트리플에스 - Heavy Metal Wings
https://www.youtube.com/watch?v=OEZQvCn0kFA

모소에서 주간정리 쓴다.


레노버 크롬북 듀엣(CT-X636F)

또 재밌는 장비를 샀다. 정말 거짓말 없이 5년은 고민했다. 사실 고민이라기 보다는, '갖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이제야 샀다. 날 위한 퇴사 선물이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재밌어서 거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근데 이게 다 코딩 에이전트가 아니였다면 불가능 했을 것 같다. 내가 어떻게 libmali 스택을 pmOS로 포팅하고, Gentoo의 emerge EAPI 7에 Flatpak을 포팅하고, Sommelier를 추출해서 AppImage에 동봉해서 Crostini 없이 리눅스 앱을 돌릴 수 있었을까. 정말로 이제 능력의 한계는 상상력뿐인 세상이 온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나는 이게 너무 재밌어서 잠을 늦게 자고 수면 패턴이 큰 일 났다(이따가 더 말할 얘기이기도 함).

어느 날 무언가 다가왔다

여러가지가 다가왔다. 첫 번째는 퇴사고, 두 번째는 가족의 입원이고, 세 번째는 이별이고, 네 번째는 개강이다. 철권에서 콤보 스킬 쓰는 것도 아니고, 3일마다 크게 쳐맞았다. 괜찮아질 만 하면 또 손님이 오고, 이제 살 만 하면 손님이 오고. 이틀 정도는 뇌가 없는 멍게처럼 살았다. 근데 그래도 이 참 신기하더라, 멍게에게 뇌를 재건 해놓고, 다시 움직이게 한다. 사람의 마음은 참 신기하더라. 신경 전달물질은 집어들 수 없을 만큼 극미량이고, 약은 바람에 사라질 만큼 작은데, 한 세상을 바꾼다.

일러스트풍의 멍게. 두 개의 출수관과 동그란 눈이 있는 주황색 멍게이다.
Instinct가 그려준 멍게

근데 최근 깨달은거. 나 ADHD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정신과 선생님께 내 고충을 토로하니 웰부트린을 추가로 처방 해주셨는데(현: 27 + 웰 빨간거 1/4 + 인데놀 20), 이걸 먹으니까.. 슈퍼인간이 된 것 같다. 밥 먹고 양치를 할 수 있고, 집 와서 바로 샤워를 할 수 있다. 방금은 세탁기가 끝나자 마자 빨래를 널었다(그래도 밥 먹고 나서 설거지를 할 정도는 아직 아니다). 사실 지금까지 의문이 컸다. 내가 ADHD라면 어떻게 수능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했을까? 어떻게 초등학생 때는 모난 구석이 없는 우등생이였을까?

지금 기면주의력 장애를 겪고 있는 것은 맞지만, 어쩌면 그 이유가 내 신경 기질이 아니라 만성적인 우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건 꼭 의사선생님께 말씀드려야지.

1년 전에 겪었던 우울(모두들 번아웃 조심하세요)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고 느끼는데, 그 때는 막막함 / 스스로 미워함 / 신체이형장애 / 무가치함을 느꼈는데, 지금은 그 정도의 부정적인 생각은 안드는데, 그냥 생각이 없다. 좋아하던 일이 전 처럼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고, 안좋은게 있어도 크게 안좋게 느껴지지 않고(고구마 안 씻고 삶았다고 전남친한테 혼남 아직도 억울한데 걍 그러려니 함), 해야 하는 일에 동기를 느끼지 못한다. 딱히 죽고 싶은 생각은 안 들고. 개강 이틀 차에는 '학교를 왜 가야 하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약이 내 아픔을 말끔히 삭제시켜 준것 만은 아니다. 턱과 목 근육 과긴장, 약한 이인증, 어지럼증(생각보다 심함), 불면을 모두 겪고 있다.

사소한 일에서 동기가 줄어들거나 감정 폭이 작아진다면 정신과 강추합니다. 멘헤라토크 하실 분 연락주세요.

스크린타임(근데 할 일을 곁들인)

좋아하던 일이 전처럼 손이 가지 않다보니, 이상한 일에 손이 가고 그것만 하루 종일 붙잡고 있게 되었다. 외부 도구의 도움을 받기로 했는데, 우리 세계에는 스크린타임이라는 좋은 발명품이 있다. 그치만 난 스크린타임을 설정해두면 '5분 더 쓰기'를 영원히 누르거나 설정에서 해제해버릴 사람이다. 애초에 내가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학습용 태블릿 단말기에서 유튜브를 보고 싶어서 닌자가 된 것. 나는 의미 없는 제한을 뚫는데에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랬으니 싸지방에서도 프로그래밍을 하지 않았겠는가.

그래서 스크린타임에 해제 조건을 붙혔다. 예를 들어, '자바 과제 제출하고 샤워 끝내면 휴대폰 쓸 수 있게 해줘'와 같은 식이다. 표현에서 알 수 있겠다시피, AI 에이전트가 내 폰 스크린타임의 해제 권한을 갖고, 내가 실제로 할 일을 완료했음을 검증했을 때에야 스크린타임을 풀어준다.

내가 20시 42분에 Whatsapp에서 주간정리의 링크를 보내자 Instinct는 주간정리까지, 세 조건 다 모였어요. 잠금 풀어드릴게요. 풀렸어요. 폰이랑 노트북 반영까지 몇 분 걸릴 수 있어요. 라고 답했다.

사실 오늘도 주간정리가 스크린타임 해제 조건에 걸려있어서 쓰고 있다. 에이전트는 Instinct에 물려놓았는데, 오픈클로랑 뭐가 다른진 모르겠음. Hosted OpenClaw 느낌.

할 일이 해제 조건으로 이어지는게 참 좋다. 사실 대부분의 할 일들은 큰 보상이 없다. 내가 빨래를 아무리 열심히 널고 화장실 청소를 기깔나게 해도, 누구도 칭찬을 해주지 않으니.......(제 사고 회로는 그렇게 돌아가니까 이해하시길). 근데 스크린타임에 묶여있으면 Codex를 못쓰고, Codex를 못쓰면 레노버 크롬북 듀엣 해킹을 못해? 당장 할 일을 끝내야 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두 감옥에 넣어두면 할 일을 해낼 수 밖에 없게 되더라.

한번쯤은 본인의 가치 체계에 맞는 감옥을 만들어보세요.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새벽 두시까지 Codex 만지다가 '나 이거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걸 인질로 잡았음. 저 빨리 Flatpak 테스트 하러 가봐야 돼서 이만 줄일게요. 행복하십쇼.


2년만에 주간정리 쓰니까 생각보다 재밌다. 나는 글쓰기도 좋아하는 사람이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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