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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1주차 (8월 1주차)

싸지방에서 주간정리 쓴다. 밀린 7월 4주차를 쓰고 바로 이어서 쓰고 있다.

좁게 살지 말자

내 기분이 좋지 않은 것도, 속상한 것도, 화가 나는 이유도 모두 내가 좁게 살기 때문이다. 마음을 넓게 쓰면 그 무엇이 나를 화나게 하겠는가, 왜 마음을 좁혀서 나를 괴롭게 하는 걸까, 내가 편안하려면 주변이 아닌 내가 바뀌어야 한다.

날벌레 한 마리가 내 주변을 맴돈다. 저 벌레가 나를 화나게 할까? 아니다, 벌레가 주변에 있음을 불편해 해서 내가 화를 내는 것이다. 벌레를 불편해 하지 않아야 화를 내지 않는다. 벌레는 내게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내게 어떤 위해도 가할 수 없다. 그저 내가 나쁘게 인식했기에 나를 화나게 만든다.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행복하려면 내가 바뀌어야 한다. 나는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 밖에 없다.

인공지능이 날 주눅들게 한다.

최근 비 내리는 호남선이라는 사이트를 개발했다. 비 내리는 호남선 열차 목록을 보여주는 서비스이다. 위 서비스를 만들면서 작성한 개발일지를 Claude에 입력하고 회고록을 작성해달라고 했다. 결과는 정말 놀라웠다. 아래는 그 결과이다.

개발자의 삶에서 가장 흥미로운 순간은 때때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옵니다. "비 내리는 호남선" 프로젝트는 바로 그런 순간의 산물입니다. 한국의 대중문화와 개발자 문화가 절묘하게 만나는 지점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 구현을 넘어 창의성과 유머, 그리고 실용성이 공존하는 독특한 웹 서비스로 탄생했습니다.
프로젝트의 영감은 김수희의 "남행열차"라는 노래에서 왔습니다. 이 노래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국민 가요로, 특히 "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에~"라는 가사로 시작됩니다. 흥미롭게도 이 노래는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Binary는 호남선 Num Row Column차에~"라는 기술 용어를 활용한 패러디가 유행하면서, 이 노래는 개발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밈(meme)이 되었죠.
이 재치 있는 패러디에 매료된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비가 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를 보여주는 웹사이트를 만들면 어떨까?" 이 아이디어는 단순한 농담에서 시작되었지만, 곧 흥미로운 기술적 도전으로 발전했습니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사용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동시에, 실제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호남선을 운행하는 열차의 실시간 정보와 날씨 데이터를 결합하여, 말 그대로 '비 내리는 호남선'을 찾아내는 것이죠. 이는 단순한 농담을 넘어,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로 구현되어야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개발자로서의 저의 열정을 자극했습니다. 기술적 도전은 물론이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였죠. 또한, 사용자 경험(UX)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으면서도 실용적인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 이 질문은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저를 이끄는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비 내리는 호남선"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 구현을 넘어, 문화적 맥락과 기술의 융합, 그리고 개발자의 창의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개발자로서, 그리고 창작자로서 큰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난 Claude의 답변을 보자 마자 큰 감명을 받았다. 한 문장문장이 명문이였고, 여러 문단에 걸쳐 완벽한 서문을 엮어냈다. 그러나 곧 이어, 나는 결코 클로드보다 좋은 글을 쓸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담백하면서도 감동적이고, 기술적으로 흥미로워보이는 저 글을 뛰어넘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작문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글이 나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하고 퇴고하는 과정에서 학문적 성장을 크게 이룬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과정은 힘들다. 한 시리즈의 글을 쓰려면 일주일을 내리 고통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고통을 겪더라도, 기계가 계산해낸 글에 근접할 수 조차 없다는 확신이 나를 힘들게 한다. 어쨌든 글은 써야 하고, 언젠가는 이를 공개해야 한다. 이번 글쓰기는 날 더 힘들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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