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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8주차 (7월 2주차)

항해중인 배에서 주간정리 쓴다.


내가 관계로부터 받은만큼 나는 행하고 있는가, 생활이 쉽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내게 주어진 일을 더 충실히 수행하고, 다른 사람을 도우며, 받음보다 더 주는 삶을 살아야 한다.

부끄러운 삶이다.


언어와 기호

언어와 기호의 차이는 무엇일까? 검지손가락을 편 채 다른 곳을 포인팅하는 행위 자체를 언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또한 정보(저 쪽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를 전달할 수 있는 기호이며, 문화권 내에서 통용된다.

고래와 대화하는 방법을 읽고 있다. 고래를 중심으로 하여, 인간과 비인간동물간 소통을 하기 위한 방법을 설명한다. 여기서 언급하는 "언어의 설계적 특징" 중 "생산성"이라는 요건이 인상깊었다. "사물과 관련해 새로운 단어를 만들고 사용해야 한다"는게 그 내용이였다. 이를 포함하여 언어이기 위한 다양한 요건을 만족한다면, 손짓(수어 제외)은 언어일 수 있다.


못 본척 하기

다 모른 척 나 혼자 살아가면
모두 날 외면하려나
그래도 외로운건 견디기 힘드니까
그냥 살아가려나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이면
모두 편해지려나
결국 이럴거면 왜 그리 기를 쓰며
동심을 지켜주었나

🎵 택우 - 내일의 내게 무엇을 말해야 할까

다수가 외면한 가치를 이해하려 할 때 이러한 고충을 겪는다. 작은 것들은 무시하면 편한데 왜 그렇게 시끄럽게 만드냐고들 한다. 

어떤게 맞는 일일지 잘 모르겠다. 정말로 내가 틀린건지, "주류"를 따라 가야하는게 맞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사는게 더 마음에 편하기도 하고.

작은 것들을 바라보기는 점차 어려워진다. 사회는 변화의 책임을 조직에서 개인으로 전가했다. 이전이라면 사회 문제로 불리웠을 구조적 문제를 개인이 짊어졌고, 힘이 없는 조직은 개체로 해체됐다. 조직이 사라지면 행동도 소멸한다.

아래서부터의 탈정치화는 권력자의 배만 불린다. 결코 좋은 방향이 아닌데, 이 물살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내가 무시하면 없는 문제가 되기에, 못본 척 하고싶은 생각이 자꾸 든다. 


파이프를 고치는 사람

현관 앞의 파이프에서 기름이 샌다. 이대로 두면 발에 기름이 묻어 온 집안 바닥 각곳에 자국을 칠하고 다닐텐데. 동거인들은 문을 지나들며 이를 보았을 테지만, 아무도 이를 문제삼지 않는다. 알면서도 손을 대지 않는다. 내가 초도대응을 하려 하자 어떤 손님은 "건들지 말고 그냥 살아!"라고 말한다.

동거인들은 파이프를 고치는 나를 보면서도 가만히 있을 뿐이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무감각하게 만들었을까. 극한에 다다른 인간상처럼 보인다. 마치 우울증과 비슷한게 아닐까 싶다. 내 행동으로 나쁜 결과가 다가올 것을 알고 있지만 이 굴레에서 빠져나올 동력이 없는 것 같다.

모두가 유사하게 생각하는 환경에서 긴 시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다보니 안일함은 표준이 되고 변화를 외치는 사람은 미치광이가 된다. 누가 이들을 가만히 있게 만들었을까, 사고 정체 개미지옥에서 벗어나고 싶다.


해군병의 복무환경에 관련한 글을 써보고 싶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주제가 하나로 정돈되지 않는다. 어떤 말을 전하는게 좋을까. 육상병이  해상병 근무를 체험해본 후기? 그러다가는 글 제목을 "해군 오지 마세요"로 바꿔야 할 수 있다.


어려운 단어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는 글에서 배웠듯, 좋은 글을 쓰려면 단어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잘 드러낼 수 있는 명확한 어휘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뾰족한 어휘는 일상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으며, 글을 어렵게 만들곤 한다. 

이 문제를 어려운 단어 딜레마라고 부르고 싶다. 그저 의미를 명확히 전달하고자 했을 뿐인데, 멋들어진 문장인 척 하는 것 처럼 보인다.

지금 당장은 예시가 생각나지 않는다..🥲


고래와 대화하는 방법

이번주에 읽은 이다. 비유를 사용한 제목일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정말 제목 그대로 "고래와 대화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이야기를 총망라한 책이였다. 최근 2년간 읽은 비문학 도서중 가장 흥미로웠다. 난 평소에도 소리와 언어에 관심이 많았다. 또한 고래는 존재 자체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동물종이 아닌가. "고래"의 "소리"를 다루기에 재미가 없기란 불가능했다.

저자는 고래 오타쿠이다. 고래 판은 생각보다 메이저였다. 고래 오타쿠들이 공유힌 사진들만으로 태평양에 서식하는 모든 혹등고래 개체간 관계와 위치를 모두 파악했다고 한다.

어느 날 처럼 카약을 타고 고래를 구경하다 혹등고래에게 (의도했는지는 모를) 습격을 받아 죽을뻔한 경험을 한다. 혹등고래에게 "그 때 왜 그랬어요?" 라고 물어보고 싶었고, 그 결과로 이 책이 나왔다고 한다.

모든 문장문장에서 저자가 고래를 사랑하는게 느껴진다. 열기가 느껴지는 글은 오랜만이였다. 정말로 자기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의 대화를 하는 기분이였다. 그래서인지 더 몰입해서 읽었다. 글의 대부분은 "우리 고래가 이렇게 대단합니다..^^"라며 자랑을 하는 내용이다😅

이후 고래의 생태, 인간과 고래의 공존 사례, 고래의 음향기관, 고래 노래, 컴퓨터 분석 순서로 내용이 이어진다.

인간이 고래를 이해하는데 컴퓨팅 기술과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래서 이 책이 내게 더 와닿았던 것 같기도 하다. 고래 개체 식별(꼬리를 보고 개체를 유일하게 식별하기), 웨이브 글라이더(무인 정보수집정), 오디오마프(음향 패턴을 학습해서 태깅하는 녹음기) 등을 제시했다.

심지어 고래노래를 분석할 때엔 최신 인간언어 해석 기법을 그대로 차용하였다! 화자분리를 사용해 여러 고래의 소리를 분리하고, 비지도 학습을 통한 패턴인식으로 고래 소리 토큰을 찾고, word2vec으로 고래 소리 토큰간 관계를 찾는다는 내용이 마지막 장에 있다. 읽으면서 각성상태에 빠졌다. 인간 언어모델을 만든 것 처럼.. 고래 소리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인공지능은 종에 구별을 두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현업에 있는 동안 고래 소리 모델에 관한 연구가 공개되었으면 좋겠다. word2vec(고래소리토큰2vec)이 유효하다면.. 고래소리를 영어로 번역 할 수도 있겠다..

읽으면서 앤디위어의 프로젝트 헤일메리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서로 다른 은하계의 단일 개체간 소통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전혀 말이 되지 않아서 실망했었다. 두 언어간 단어 병렬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서(이것부터 고되다) 문장를 각 언어의 단어로 치환해서 번역기를 만든다고 했다. 전혀 다른 세상에서 형성된 두 언어가 어찌 단어 치환만으로 뜻을 옮길 수 있겠는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도 다를텐데.

그런면에서 고래 소리 분석 인공지능이 인상깊었다.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두 지구 동물종간 소통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은 "왜 지구 밖에서 생물체를 찾으려 하나, 한번도 대화해본 적 없는 우리의 친척이 지구에 살고 있는데" 라며 끝을 낸다.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관점이였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다. 지구 안에 있는 다른 동물종과도 대화를 할 수 없으면서 외계 생명체와 접촉하려 할까.

고래는 지금 살아있다. 그러면서도 인간과 "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비인간동물종이다. 고래를 통해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세상을 이해하는 날은, 인간이 세계를 바라보는 완전히 관점을 바꾸는 날이 될 것이다.


대화는 핑퐁인데, 종종 탁구공자동발사기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받아치든 말든 개의치 않고 계속 공을 쏜다. 이는 대화가 아닌, 발화에 의한 고통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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