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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들어간 모든 사진은 갤럭시 S23으로 촬영하였으며 후보정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보안시설은 마스킹 되었을 수 있습니다.

2024년 생일

생일이라고, 외출을 다녀왔다. 작년 생일은 영내에서 글 쓰면서 보냈던 것 같은데(2023년 회고를 썼었다), 올해는 모처럼 사회에 나갔다 왔다. 생일이라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를 채워보려 마음 먹었다.

나는 을 참 좋아한다. 빵을 먹을 때면 참 행복하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건 그 자체로도 큰 축복이다. 이론상 언제든 행복해질 수 있는 셈이다. 즉석 행복을 생성하기 위해 슬로우 오븐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빵집에서 식사를 하는건 처음이기에 무지 기대했다.

..그러나 뭔가 애로사항이 있었다. 슬로우오븐은 아침 10시부터 열었다. 지금 시간은 오전 09였고, 슬로우오븐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여서, 약 30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이 귀중한 시간을 그저 길에서 기다리는 것으로 버릴 수는 없었다. 평소 가보고 싶었던 진해 도심 내 철길을 보러 떠났다.

진해역

무작정 진해역으로 떠났다. 그런데.. 볼 게 없었다. 정말 하나도 볼 게 없었다. 역사는 잠겨서 들어갈 수 없었고(당연함), 철길엔 외부인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으며(물론 당연함), 구경할 포인트가 단 하나도 없었다.

진해역과 역전 광장 부지를 활용해서 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듯 했다. 그래서 역엔 공사 자재들이 널려있었고, 내가 떠날 때 쯤 해서 덤프트럭 한 대가 광장에서 나왔다. 좋은 구경 했다 치고 바로 아침 먹으러 다시 떠났다. 이제 슬슬 걸어가면 10시에 슬로우오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진해선 - 사비선 분기점

진해선 사비선 분기점 옆 건널목에서 찍은 사진

진해역에서 슬로우오븐까지 걷다 우연히 철길이 도로를 가로지르는 건널목을 보았다. 본선은 가던 길을 평행하게 잇지만, 지선은 우측으로 분기되어 내리막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진해선이라는 철길에서 사비선이라는 철길이 분기되는 지점이였다.

진해 생활권에서 1년간 생활하며, 도시 곳곳에 박혀있는 철길이 항상 궁금했다. 노면전차처럼 도로 교차로를 차량과 함께 통과하는 레일도 신기했고, 한편으로는 도심 접근성이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여객열차가 운행되지 않기에 아쉬웠다. 진해역은 부대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데, 진해역에서 서울역까지, 안되면 부산이나 대구까지라도 이어주는 기차가 있었다면 참 애용했을 것 같다. 검색해보니 종종 화물열차는 운행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내게 진해선과 사비선에 운행되는 열차와 만날 우연은 오늘이 아닌 다른 날에 주어졌나 보다.

이런 비전철 단선철로 위를 운행할 수 있는 운송수단을 만들어서 단거리를 셔틀운행하면 어떨까? 고속화, 직선화, 이설 요구 등으로 정기 열차가 운행하지 않는 시내 구간이 많다. 이런 구간을 버려두거나 폐선할게 아니라, 도시철도로 만들어야 한다. 창원시는 진해선을 재정비하고 수소열차를 투입해 창원도시철도 2호선으로 만들 계획이 있다고 한다. 앞으로 이런 시도가 더 늘어나 도심 접근성과 구축 비용 모두 챙길 수 있는 도시철도가 많이 등장했으면 한다.

언덕 정상에서 발견한 초등학교와, 그 옆으로 보이는 까마득한 내리막길

진해역에서 슬로우 오븐으로 가는 길엔 제황산 언덕을 가로질러야 했다. 정상쯤 와서 초등학교를 하나 발견했는데, 이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은.. 참 힘들 것 같다. 매일매일 하체 운동 하겠네.

수병 정복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있는 펭귄

학교 앞 담벼락에 세일러복을 입고 있는 펭귄이 그려져있었다. 내가 해군이라서 자의식과잉으로 어색해 보이는건진 잘 모르겠다. 보통 초등학교 앞에 세일러복을 입은 펭귄을 그려두는지 기억이 안난다.

슬로우 오븐

이번이 4회차 방문인 것 같다. 항상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빵집이지만, 왠지 이번엔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빵을 식사로 삼겠다는 생각 자체가 틀렸을 수 있다. 일단 빵이 너무 차가웠다.

두개의 소금빵 그리고 칼로 자른 올리브 치아바타, 머그잔에 담긴 따뜻한 커피

차가운 빵을 식사로 먹긴 너무 서러워서(이거 나름 비싼밥인데?) 점원분께 데워달라고 부탁했다. 한번 데웠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차가워서 사실 너무 슬펐다. 제가 이런걸 아침밥으로 먹어야 하나요? 그래도 커피가 맛있어서 다행이였다. 앞으로 빵집은 간식 살 때만 들러야겠다. 식사는 아닌 것 같아.

사비선

또 철길을 보러 진해 시내 철길 촬영 명소인 경화반점으로 떠났다. 아까 봤던 사비선이 주택가를 관통하는 구간이였다.

사비선을 보러 가던 중에 발견한 게살바르기 게살바르기 게살바르기.

바르게 살기 라는 표어가 적힌 세개의 깃발이 하늘을 배경으로 날리고 있다

뭔가 이상하다. 왠지 익숙한 공간이라서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니, 입대하던 날에 왔던 곳이였다. 그 때는 그냥 "주택가에 버려진 기차길이 있네?"라고만 생각하고 말았는데, 여기가 사비선일줄은 몰랐지. 입대 직전에 먹었던 갈비탕 집도 바로 옆에 있었다. 기분이 급히 나빠지는 기분이 들어서, 빠르게 위치를 이동해 사진을 찍기로 했다.

경화반점

이렇게 철길과 가까이 있는 중식점이 있을까? 철길을 걸어야만 갈 수 있는 음식점은 기차가 운행한다면 꽤나 곤란할 수도 있겠다.

사선에서 바라본 철길 건널목, 맑은 하늘

하루 종일 흐릴 것 같았는데, 갑자기 해가 반짝 떠주었다. 사진을 찍는 내가 반사경에 비쳐 보인다.

정면에서 바라본 철길 건널목

산으로 펼쳐진 철길

한국에 이런 장소가 또 있을까? 감사하게도 좋은 경험 했다. 철길은 당분간 오지 않을 기차를 그저 기다리며, 사람들에게는 삶의 터전이 되어주고, 자신의 존재 목적을 달성하는 날을 위해 다시 기다린다.

이제 바다 보러 가자.

행암 유어선 선착장

1인칭, 벤치에 앉아있는데 고양이가 나를 아래에서 위로 쳐다본다

야옹? 와서 잠깐 벤치에 앉았는데, 고양이가 내게 불만을 품었다. 내게 다가와서 무릎에 앉았다. 뭐함? 왜 나한테 와요? 그러다 어떤 할아버지가 츄르를 들고 나타났다. 고양이는 행복하게 잘 살았다.

오리 한 마리가 바다에 떠있다

오리 한 마리가 바다에 떠있다

오리 여러 마리가 바다에 떠있다

바다에 떠있는 오선생님. 그냥 흘러가고 있었다. 수면 아래에서 발길질을 하고 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조류를 따라 그저 흘러가고 있을 뿐이였다.

어선이 바다에 떠있다, 뒤로 넓게 펼쳐진 산이 보인다

여유로웠다. 고양이에게 츄르를 주는 할아버지와 나만이 있었다. 바다 너머 멀리에 뭔가 보였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파도 거품이 보글보글 피어 오른다

파도 거품이 잔잔히 끓어 오른다

유어선 선착장 옆에는 해변과 방파제가 있었는데, 낚시를 하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낚시 포인트인 것 같았다. 태공이 고기를 낚는 동안 나는 시간을 낚았다. 바다를 보며 30분 정도를 그저 앉아 있었다. 쏜애플의 EP 동물을 들으며 있었다.

사실 최근에 좋은 일들만 가득하진 않았다. 특히 바로 어제 부대 내에 작은 갈등이 있었어서, 그 생각을 하느라 마음 속이 번잡했다. 바다를 보며 마음을 비우니 그래도 좀 괜찮은 듯 했다. 누가 잘못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모든 개인은 각자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뿐이에요.

바다는 그대로 흐르고 파도는 여전히 친다.

가자, 영화보러

영화 『세입자

영화 세입자 포스터

처음으로 내 돈 주고 독립영화를 보기로 마음먹었다. 마산에 "씨네아트리좀"이라는 독립영화관이 있는데, 오늘 상영하는 영화중에서 "세입자"가 마음에 들었다. 일단 주제가 매력적이였다. "서울에서 안정적인 주거 환경 갖기 스릴러"라니, 재미 없을 수가 없었다.

영화관 자체엔 불만이 조금 있었다. 중앙열 가운데에 앉았는데, 내 머리가.. 내 머리가 영사기에서 나오는 화면을 가렸다!! 내 머리가 스크린에 보였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바로 옆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황당하지 그지 없었다. 그 외에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혼자 볼 줄 알았는데, 관객을 나를 포함하여 두명이였다.

“도시라는 것도 생명체 같은 거거든, 사람이나 세포가 점점 줄어들면 결국 죽게 돼. 안 죽으려고 발악을 하겠지. 그렇게 해서 나온 게 천장세 같은 거야”

영화 주제를 관통하는 메인 테마는 주거이고, 이를 주변으로 하여 환경, 자본, 계급을 다룬다. 영화 내내 상당히 불쾌했다. 보기 좋지 않았다는게 아니라, 모든 장면장면이 불쾌한 분위기를 내포하도록 설계된 느낌을 받았다. 마치 내가 미세먼지로 가득한 서울에서 곧 쫒겨날 월세에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영화의 모든 장면이 세피아 필터가 낀 것 처럼 어둑하고 누런 색채로 연출되었고, 그런 가운데서 치고 나오는 억지스러운 밝음 에너지는 이질적이다 못해 분위기와 전혀 섞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불쾌, 이질적인 감정이 결코 영화를 나쁘게 만든다는게 아니다. 이질감으로 하여 영화의 주제는 더 완성되고, 결말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이질감의 원인이 설명되어 머리가 텅 빈 것 처럼, 마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또 보고 싶어요. 그런데 상영하는 곳이 없어요.

방콕산장

다시 진해로 돌아와서 부대 동기들과 저녁을 먹었다. 태국 음식은 익숙지 않았는데, 도전해보고 싶었다. 세명이 팟타이, 푸팟퐁 커리, 솜땀, 랭쎕, 나시고랭 먹고 11만원 나왔다. 맛있었다. 딱 비싼 값 하는 듯 했다. 큰 감흥은 없었고, 분위기가 좋았다.

생일이라고 폴라로이드를 찍어주는 이벤트가 있었다. 찍었는데 포커스가 다 나가있었다. 너무 웃겼다 정말. 벌써 날아가버린 추억.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사람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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