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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놀기

혼자 노는데 맛들렸다. 혼자 노는게 제일 좋다. 친구들 모이지 않아도 된다. 난 지금까지 내가 외출을 싫어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였다. 난 누군가와 함께하는 외출이 싫었을 뿐이었다.

07월 02일, 부산에서 혼자 놀았다. 지금까지 군생활중 여러번 외출했었지만, 요즘만큼 재밌게 외출한적은 없었다. 외출은 혼자일 때 그 진가가 드러나는 법이다. 내 취향을 온전히 즐기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어딜 가서 "저는.. 그 지역의 기차를 타는걸 좋아해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사상에 가서 부산김해경전철을 타고, 포항에 가서 누리로를 타는 유희를 즐길만한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결국 날 가장 잘 놀아줄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먹을때도 그렇다. 사람과 함께 밥을 먹는다는거, 꽤나 큰 고역이다. 끊임없이 대화주제를 생각해야 하고, 상대방을 신경써주기란 큰 에너지가 소모되는 법이다. 하라고 하면 잘 할 수 있지만, 굳이 하고싶지는 않다. 혼자 먹으면 내가 먹고싶은걸, 내 속도에 맞춰서, 진지하게 음미하며 먹을 수 있다.

오늘은 혼자서.. 설빙 녹차초코빙수를 먹었다. 빙수는 전형적인 모임음식이다. 식사를 마친 이후 후식으로 먹기 좋고, 나도 항상 그래왔다. 근데 어쩌라고, 혼자 먹으니까 더 좋다. 녹차아이스크림 덩이를 누가 먹을지, 비빌지 말지. 연유를 언제 뿌릴지 전혀 논의하지 않아도 된다. 주어진 모든 상황이 내 통제 아래 있고, 내가 하고싶은 모든걸 해낼 수 있다. 빙수를 혼자 먹으며 비정상적으로 행복했다. 오늘은 2024년 하반기 둘째날인데, 상반기에 있던 그 어떤 행복한 일 보다 오늘이 더 행복했다. 단순히 빙수를 혼자 먹는다는 행위일 뿐이지만.. 너무 즐거운 나머지 한 그릇을 비운 이후 활짝 웃어버렸다.

이런 제가 반사회적으로 보이시나요? 사실 그럴지도 모른다. 사회화가 되어야 할 때 시기를 놓쳐버린 나, 제정신인 척 호모소셜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정상인 척 하는게 편안하진 않다. 동년배들의 문화를 알고있지만 함께 즐기지 못한다. 누군가 함께 놀자고 해도 그에 동조하지 못한다. 할줄 아는게 없는 나 제대로 놀지도 못한다.
그래서 혼자가 좋다. 코딩을 즐기는 이유도 이에서 파생되지 싶다. 모니터와 키보드만 있으면 다른 사람과 소통 없이 내 세상에서 마음껏 놀 수 있다. 시간이 사라지듯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이젠 이에 중독되어 인생을 살아간다.

이런 저라도 받아줄 수 있나요. 혼자가 편한 나를 이해해줄 수 있나요. 이해 못해도 괜찮습니다~ 전 정상인인 척 할 수 있어요 저와 같이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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